[브랜드의 방 6편] Aman — 산스크리트어로 평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의 방 6편] Aman — 산스크리트어로 평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럭셔리
Aman이라는 이름을 짓기 전, 그 사람은 빈 해변을 걷고 있었습니다
prologue — 5편의 뒷이야기
브랜드의 방 5편에서 Barry Sternlicht — 별빛이라는 성을 가진 남자가 어떻게 W라는 단 하나의 알파벳으로 호텔 업계의 언어를 바꿨는지 살펴봤습니다. 로비를 거실로, 직원을 탤런트로, 서비스를 Whatever/Whenever로 바꾼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W가 알파벳 하나로 세상을 향해 선언했다면, 오늘의 브랜드는 이름조차 거의 설명하지 않습니다. 간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중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객실 수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축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숙박 경험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름은 Aman. 산스크리트어로 '평화'입니다.
1부 — Aman, Puri: 이름을 먼저 읽어봅니다
산스크리트어(Sanskrit)는 인도·유럽어족의 고전 언어입니다. 기원전 약 1500년경부터 기록된 이 언어는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의 경전 언어이자 현대 남아시아 언어들의 뿌리입니다. 그 오래된 언어에서 Aman(अमन)은 평화, 평온, 안도의 상태를 뜻합니다.

비슷한 단어로 산스크리트어 Shanti(शान्ति)가 있습니다. Shanti 역시 '평화'를 뜻하지만, 뉘앙스가 다릅니다. Shanti는 수행과 의식의 맥락에서 쓰이는 '고요의 평화'라면, Aman은 보다 일상적이고 감각적인 '편안함'에 가깝습니다. 요가 수업 마지막에 세 번 외치는 것이 Shanti라면, 낯선 곳에서 처음으로 깊이 잠드는 밤의 감각이 Aman입니다.
브랜드 첫 번째 숙소의 이름은 Amanpuri였습니다. Aman(평화) + Puri. Puri는 산스크리트어 계열에서 '장소(place)', '거처(abode)', '도시'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설명됩니다. 인도의 지명 Puri도 이 계통의 단어에서 왔습니다. Amanpuri — 평화의 장소, 평화로운 거처. 이름 자체가 이미 충분히 완성된 문장이었습니다.
2부 —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던 사람
이야기는 1980년대 중반 태국 푸켓의 한 해변에서 시작됩니다.
Adrian Zecha(에이드리언 제카)는 1933년 네덜란드령 동인도(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중국계와 유럽계 혈통이 섞인 페라나칸 가문 출신으로, 그의 성장 배경 자체가 식민지 시대 아시아의 복잡한 교차점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카는 이후 언론과 호텔업을 넘나든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로 출발해 아시아 최초의 지역 컬러 신문 부록 Asia Magazine을 1961년 창간했고, 이 경험이 그를 아시아 럭셔리 호텔 산업으로 이끈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1972년 Regent International Hotels(리젠트 인터내셔널 호텔)를 공동 창업해 여러 호텔을 세운 뒤 1980년대 중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방콕 리젠트 호텔, 런던 도체스터 호텔 같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아시아 럭셔리 호텔의 문법을 직접 써 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980년대 중반 푸켓 팬세아 해변을 걷다가 코코넛 숲이 우거진 곶(岬)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별장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장소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혼자 쓰기가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소규모 리조트를 짓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동료와 함께 주로 자기 자금을 썼습니다. 대형 체인과는 전혀 다른 극소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금융권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호텔 업계의 상식으로는 규모가 커야 수익이 난다는 것이었고, 객실 수가 극히 적은 이 숙소는 통상적인 투자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아무도 선뜻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오직 자신의 확신만으로 지었습니다. 그것이 아만의 첫 번째 역설입니다.
3부 — 1988년: 세상이 아직 몰랐던 것
1988년, Amanpuri가 문을 열었습니다.

건축가는 미국인 Ed Tuttle이었습니다. 그는 태국 사원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티크 목재와 현지 석재, 길고 명상적인 시선축(sightlines)으로 내부와 자연의 경계를 지웠습니다. 객실은 40개 규모였습니다.
Amanpuri가 만들어낸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종류였습니다. 큰 로비 대신, 코코넛 숲 사이에 빌라처럼 흩어진 파빌리온들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필요해지기 전에 먼저 움직였습니다. 식당은 안다만 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고, 프로그램화된 액티비티는 최소화됐습니다. 있는 것은 공간과 고요함, 그리고 그 공간에 필요한 만큼만 존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동시대 경쟁자들은 거대한 로비와 화려한 조명, 오케스트라와 뷔페로 럭셔리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Aman은 과잉보다 절제를 택하며, 럭셔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비워두는 것'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제카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코퍼레이트 호텔 문화에 대한 강한 반감에서 아만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는 집이어야 했습니다."
4부 — 희소성이라는 어원
Aman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럭셔리(Luxury)'라는 단어를 다시 봐야 합니다.
브랜드의 방 1편에서 다뤘듯, Luxury는 라틴어 luxus — '과도함', '방종'에서 왔습니다. 세자르 리츠가 정의한 럭셔리는 완벽한 서비스와 압도적인 물리적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힐튼이 정의한 럭셔리는 어디서나 같은 품질을 보장하는 신뢰성이었습니다. W 호텔이 정의한 럭셔리는 언어와 경험의 혁신이었습니다.
아만이 정의한 럭셔리는 희소성(Scarcity)이었습니다.

Scarce는 중세 라틴어 excerpere — '뽑아내다', '선별하다'에서 왔다고 설명됩니다. 모든 것에서 골라낸 것,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아만의 각 리조트는 세계에서 그 장소에만 있는 무언가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복제할 수 없는 풍경, 그 장소에서만 자라는 나무, 그 문화에서만 나오는 건축 언어. 아만이 파는 것은 객실이 아니라 '그 장소에 있을 수 있는 희소한 기회'였습니다.
아만은 대형 체인 대비 훨씬 적은 수의 숙소를 운영하면서도, 적은 객실 수에도 높은 객실당 가치와 수익성을 보여준 브랜드로 업계에서 평가받아 왔습니다. 적게 가지고, 크게 버는 것 — 그것도 희소성이 만든 역설입니다.
이런 소비 심리는 오십보가 베블런·스노브·밴드왜건 — 세 개의 거울로 내 소비를 읽는 법에서 다룬 틀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희소하기 때문에 원하는 마음, 아만이 정확히 그 지점을 건드린 브랜드였습니다.
5부 — Amanjunkie: 팬덤이 스스로 지은 이름
어느 순간부터 호텔 업계에 새로운 단어가 생겼습니다. Amanjunkie(아만정키).
Junkie는 원래 마약 중독자를 뜻하는 은어입니다. 그것이 전용되어 무언가에 깊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됐습니다. Foodie(음식 애호가), Bookworm(독서광)처럼요. Amanjunkie는 아만이 공식적으로 만든 용어가 아니라, 충성 고객 문화에서 자연 발생한 별칭입니다. 아만 숙박객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 아만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여행 일정을 아만의 오프닝 스케줄에 맞추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이름을 기억하고, 취향을 기억하고, 지난번 선호했던 베개 높이까지 기억하는 경험이 이 팬덤을 지탱합니다.
아만은 대중 광고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이 커뮤니티를 키웠습니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경험이 충분히 강렬하면 사람이 직접 브랜드의 목소리가 됩니다. Amanjunkie라는 단어는 브랜드가 마케팅에 쓴 비용이 아니라, 경험에 쓴 비용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6부 — 코퍼레이션이 아닌 감각: 아만의 확장 방식
아만이 1988년 Amanpuri 하나로 시작해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보면, 일반적인 체인 호텔의 논리와 정반대입니다.
힐튼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메리어트가 포트폴리오 인수 전략으로 확장했다면 — 아만은 장소를 먼저 찾았습니다. 어디에 지어야 아만다운가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다음에 건축가를 찾고, 그 장소의 언어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발리의 Amandari는 발리 사원의 계단식 언덕에서 영감을 받았고, 알프스의 Le Mélézin은 프랑스 산악 건축을 재해석했습니다. 각 리조트는 하나의 독립된 건축 작품이면서, 동시에 아만이라는 감각으로 묶였습니다.
각 리조트의 객실 수는 의도적으로 적게 유지됐습니다. "직원이 모든 손님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려면 규모가 커서는 안 됐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은 효율보다 관계를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제카가 아만을 만들면서 영감을 받은 요소 중 하나로 일본 료칸(旅館)이 자주 언급됩니다. 그는 한때 도쿄에서 거주하며 기자로 일한 시기가 있었고, 그 기간 료칸 특유의 환대 방식 — 화려함 없이 장소와 계절과 관계로 완성되는 경험 — 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아만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아시아 럭셔리'라기보다, 아시아의 장소성과 절제된 미학을 글로벌 럭셔리 언어로 번역한 것에 가깝습니다.
7부 — 소유자가 여러 번 바뀌어도 이름이 살아남은 이유
아만의 소유권 역사는 평화로운 이름과 달리 격동적이었습니다.
제카가 창업 이후 지분 구조를 여러 차례 조정했고, 이후 투자자 간 분쟁과 소유권 이전이 이어졌습니다. Colony Capital을 비롯한 여러 투자자가 관여했다가 빠져나갔고, 이후 인도의 부동산 그룹 DLF가 지배 지분을 인수했다가, 2014년 러시아 부동산 개발자 블라디슬라프 도로닌(Vladislav Doronin)이 아만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직후 제카와 도로닌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도로닌이 CEO 및 회장으로 자리를 확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만이라는 이름과 철학은 살아남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소유자가 바뀌어도 아만의 가치는 소유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장소와 경험과 커뮤니티 — Amanjunkie들 — 이 만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로고나 소유권이 아니라 경험으로 정의될 때, 그것은 훨씬 강력한 생존력을 갖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아만을 두고 '언브랜디드 브랜드(unbranded brand)'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8부 — 도심으로: 역설의 확장
도로닌의 가장 대담한 결정 중 하나는 아만을 도시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2014년 말, 도쿄 오테마치의 초고층 빌딩 상층부에 Aman Tokyo가 문을 열었습니다. 건축가 Kerry Hill은 료칸의 정수를 도심 마천루 안에 구현했습니다. 화지(和紙)를 연상시키는 벽면, 대나무와 돌의 조화, 동양의 선(禪) 미학을 현대 건축으로 번역한 공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의 고층 빌딩이 아만답냐고.
그런데 그 호텔은 아만 팬들에게 새로운 순례지가 됐습니다.
이후 뉴욕 5번가에도 Aman New York이 문을 열었습니다. 초고가 도시형 럭셔리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 호텔은, 회원제 클럽까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두 도심 아만은 아만의 철학에 모순이 아닙니다. 아만이 파는 것이 '도피처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그 장소에만 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초고층 빌딩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요함이 있다면, 그것도 아만의 언어로 번역된 평화입니다.
이렇게 절제로 완성되는 미학은, 쫀쿠가 판나코타 — 젤라틴 하나로 굳히는 이탈리아의 미니멀 미학에서 다룬 감각과도 닮아 있습니다. 재료를 더하지 않고 덜어냄으로써 완성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안 박의 마무리 — 평화는 어떻게 브랜드가 됐나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방 프롤로그에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손님(hospes)과 적(hostis)이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면, 환대는 어떻게 두려움을 넘어서는가.
아만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희소성과 친밀함.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완전히 열립니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 사람은 이미 준비된 사람입니다. 직원이 적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모든 손님을 압니다.
리츠가 완벽한 서비스를 약속했고, 힐튼이 신뢰성을 약속했고, W가 언어를 바꿨고, 메리어트가 포트폴리오로 세계를 담았다면 — 아만은 별다른 것을 내세워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이름처럼 평화를 줬습니다.
산스크리트어 Aman.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써온 단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감각. 그것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숙박 브랜드 중 하나의 이름이 됐습니다.
호텔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 안에서 일어날 경험에 이름을 붙이는 일입니다. Amanpuri — 평화의 장소. 1988년 코코넛 숲 우거진 태국의 곶에서, 은행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작은 리조트가 남긴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호텔 업계의 문법을 흔들고 있습니다.
"Aman은 호텔이라기보다, 브랜드가 설계한 하나의 정서에 가깝습니다."
아만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Amanjunkie라는 단어를 알게 됩니다. 평화라는 이름 하나가 어떻게 브랜드가 됐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 이미 그 헤리티지의 일부를 가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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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방 7편] Four Seasons — '계절'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일관성의 철학이 됐는가 1961년 토론토, Isadore Sharp는 작은 모터 인 하나를 열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어디서든 같은 경험." 희소성으로 럭셔리를 정의한 아만과 정반대의 철학으로, 포시즌스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서비스 브랜드 중 하나가 됐는지. 그리고 Season이라는 단어 — 라틴어 satio, '씨를 뿌리는 시기' — 가 어떻게 연중무휴 일관성의 언어가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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