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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드 히스토리 서가

스타벅스 — 커피를 판 게 아니라 장소를 발명했다

by 이안 박(Ian Park)의 브랜드 서재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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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 커피를 판 게 아니라 장소를 발명했다

 

 

이안 박의 질문

 

당신이 오늘 스타벅스에 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피 때문이라고 하기엔, 더 싸고 빠른 선택지가 골목마다 있습니다. 조용한 자리 때문이라고 하기엔, 주말 스타벅스는 늘 시끄럽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갑니다. 연말이 되면 다이어리 하나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열 잔 넘게 삽니다. 한정판 텀블러가 나오면 오픈런을 합니다.

제3의 공간 — 아늑한 스타벅스 인테리어

이안 박은 여기서 멈춥니다. 스타벅스는 대체 무엇을 팔고 있는 걸까요?


시작은 밀라노의 골목이었다

1983년, 서른 살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출장차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당시 이미 시애틀에 있는 작은 원두 판매점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스타벅스는 원두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1983년 밀라노 에스프레소 바

밀라노의 좁은 골목에 들어선 에스프레소 바에서 슐츠는 뭔가를 봤습니다. 그것은 커피가 아니었습니다. 바리스타가 단골손님의 이름을 부르고, 사람들이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직장도 아니고, 집도 아닌 세 번째 장소. 슐츠의 표현을 빌리면, 그 바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이 모이는 광장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는 시애틀로 돌아와 회사를 설득했습니다. “우리도 커피를 팔아야 합니다. 원두가 아니라.” 설득에 실패했고, 슐츠는 결국 독립해 1985년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 일 지오르날레(Il Giornale) 를 창업했습니다. 2년 뒤, 그는 원래의 스타벅스를 인수해 두 브랜드를 합쳤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아는 스타벅스가 탄생했습니다.

 

슐츠가 밀라노에서 가져온 것은 에스프레소 레시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가진 힘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제3의 공간이라는 발명

슐츠가 스타벅스에 심은 철학은 명확했습니다.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사이에,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 을 만든다. 의자는 푹신하게, 조명은 따뜻하게, 음악은 적당히. 노트북을 펴도 눈치 주지 않고,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쫓아내지 않습니다.

 

이것은 당시 미국 카페 문화에서는 혁명적인 개념이었습니다. 1990년대 미국의 커피숍은 음식을 빠르게 사서 나가는 패스트푸드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정반대의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머물게 하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소비되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간, 관계, 분위기 그 모든 것이 브랜드의 일부가 됐습니다.

 

여기서 이안 박이 주목하는 것은 이겁니다. 스타벅스가 판 것은 공간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어디서나 균일하게 복제될 수 있었습니다. 시애틀이든 서울이든 도쿄든, 스타벅스 문을 열면 같은 냄새, 같은 음악,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균일한 경험의 복제 능력이 스타벅스를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핵심 엔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나라마다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다음부터입니다. 균일한 경험을 파는 브랜드인데, 실제로는 나라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일본의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매장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교토의 한 매장은 100년 된 전통 가옥 '마치야(町家)'를 그대로 살려 설계됐습니다. 다다미 바닥에 일본식 정원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라테를 마실 수 있습니다. 봄이 되면 사쿠라(벚꽃) 시즌 한정 메뉴가 나오고, 매장 안팎이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일본의 ‘계절을 느끼는 문화’, 즉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 의 정서를 스타벅스가 흡수한 것입니다. 이것은 본사의 지시가 아니라 일본 스타벅스가 자국 문화와 협상하면서 만들어낸 방식입니다.

교토 마치야 스타벅스 — 일본 현지화

중국의 스타벅스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차(茶)의 나라에서 커피를 팔아야 했던 스타벅스는 커피를 낮추는 대신 커피를 격상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상하이 리저브 로스터리는 2,700평방미터 규모의 압도적인 공간으로 설계됐습니다. 마치 커피 박물관처럼,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눈으로 보며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에게 스타벅스는 커피를 배우는 곳, 서양의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곳으로 포지셔닝됐습니다. 찻집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커피를 팔기 위해, 스타벅스는 커피를 의식(儀式) 으로 만들었습니다.

상하이 리저브 로스터리 — 커피 극장

 

이탈리아의 스타벅스는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입니다. 슐츠에게 영감을 준 바로 그 나라에 스타벅스가 첫 매장을 연 것은 무려 2018년이었습니다. 창업 35년 만에. 이탈리아인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에 1유로를 내고, 서서 마시고, 3분 안에 나가는 문화를 수백 년 동안 유지해왔습니다. 스타벅스는 여기서 감히 경쟁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밀라노 한복판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열었습니다. 화려한 공간, 전 세계 원두, 커피 칵테일. 이탈리아의 일상 커피 문화를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다른 층위의 경험을 얹은 것입니다.

이탈리아 vs 스타벅스 비교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왜 이렇게 강한가

이제 가장 흥미로운 시장, 한국입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99년이었습니다. 이대 앞 1호점. 당시 한국에는 커피전문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다방이나 자판기 커피가 주류였던 시절, 스타벅스는 낯선 문화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스타벅스의 가장 열정적인 시장 중 하나가 됐습니다. 2025년 기준 스타벅스 코리아의 매출은 약 3조 2,400억 원, 매장 수는 2,114개로 전 세계에서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 규모입니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단연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왜 한국에서 이렇게 강할까요? 이안 박은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었습니다. 1999년 한국의 도시인들에게는 일과 집 사이의 중간 공간이 없었습니다. 스타벅스는 그 공백을 정확히 채웠습니다. 공부하는 학생, 미팅하는 직장인, 수다 떠는 친구들이 모두 한 공간에 공존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는 스타벅스 없이는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카공족 문화

 

둘째는 선물의 문화와 기프티콘의 결합이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앱과 카드 기능이 가장 발달한 시장입니다. 스타벅스 기프티콘은 한국에서 사실상 디지털 화폐처럼 통용됩니다. 생일 선물, 감사 인사, 미안하다는 표현, 심지어 명절 선물 목록에도 스타벅스 카드가 등장합니다. 한국의 선물 문화와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스타벅스는 커피 브랜드를 넘어 관계의 언어가 됐습니다.

스타벅스 모바일 기프티콘 문화

 

셋째는 굿즈와 한정판의 마법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연말 다이어리 프로모션은 매년 12월이면 뉴스에 등장하는 사회 현상이 됐습니다. 일정 잔수를 채우면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 한 권을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커피를 마십니다. 베어리스타 캐릭터, 국립박물관 협업 라인, 지역 한정 제품들은 수집의 대상이 됩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한국에서 독자 디자인한 굿즈가 미국 본사로 역수출되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한국이 스타벅스의 가장 창의적인 실험실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한정판 굿즈


균일함과 현지화 사이의 줄타기

이 지점에서 이안 박이 브랜드 서재에서 꺼내는 질문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어디서나 스타벅스이면서, 동시에 각 나라의 스타벅스일 수 있을까요?

 

답은 구조에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초록 로고,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르는 철학, 이름을 컵에 적는 방식,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입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동일합니다.

 

변하는 것은 메뉴, 매장 디자인, 굿즈, 그리고 그 나라 문화와 브랜드가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계절의 리듬과 함께 하고, 중국에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관문이 되고, 한국에서는 관계의 언어가 됩니다.

 

이것을 스타벅스는 현지화(Localization) 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안 박은 조금 다르게 읽습니다. 그것은 현지화가 아니라 문화 경청(Cultural Listening) 입니다. 각 나라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사용하는지,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브랜드가 조용히 듣고, 그것을 스타벅스의 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스타벅스의 숙제

그러나 2025년의 스타벅스는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5년 매출이 3조 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21년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스타벅스는 더 이상 카페 문화의 유일한 선택지가 아닙니다. '스타벅스에 앉아 있다’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로벌 스타벅스도 2024년 동일 매장 매출이 4% 감소했습니다. 슐츠가 직접 경영진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쏟아냈고, 새 CEO 브라이언 니콜(Brian Niccol)이 취임해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진행 중입니다. 핵심 화두는 단순합니다. 스타벅스가 다시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는가.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는 방법은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슐츠가 밀라노에서 배운 것처럼, 브랜드는 항상 그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안 박의 마무리 질문

스타벅스 이야기에서 이안 박이 가장 오래 생각하는 장면은 1983년 밀라노의 골목입니다.

 

슐츠가 그날 에스프레소 바에서 본 것은 커피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름을 부르고, 잠깐의 온기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복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냈습니다. 세계 85개국, 36,000개 매장에서.

 

그런데 이안 박은 여기서 역으로 묻고 싶습니다. 슐츠가 밀라노에서 발견한 그 온기는 원래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브랜드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것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그것을 배우고, 다듬어, 전 세계에 퍼뜨렸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발명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원하고 있던 것을 발견하고, 이름 붙이고, 담아냅니다. 스타벅스가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당신의 동네 골목 카페도, 어쩌면 다음 슐츠가 발견할 무언가를 이미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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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Howard Schultz Pour Your Heart Into It (1997), Starbucks Official Heritage Archive, BBC Korea (2018) – 스타벅스 이탈리아 1호점, Economic Times (2025) – Howard Schultz Milan 1983, Nikkei Biz Ruptors – Starbucks Japan Strategy, ResearchGate (2024) – Starbucks China Localization Study, 조선비즈 영문판 (2026.05) – Starbucks Korea Profitability, 인트렌드뉴스 (2025) – 스타벅스코리아 재무 분석, Facebook (2025) – 스타벅스코리아 영업이익 감소, Matcha-JP (2026) – Starbucks Roastery Tokyo Sak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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