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카이브] 세서미 스트리트 — "열려라 참깨"에서 탄생한 브랜드, 56년째 어린이의 첫 번째 동네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쫀쿠의 맛있는이야기에서 열려라 참깨! 주문 한 마디에 담긴 5,500년의 이야기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5,500년의 참깨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다른 문이 하나 더 열렸습니다. 참깨(sesame)라는 단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교육 브랜드의 이름이 됐는지, 그 문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장. 이름의 기원 — 알리바바의 주문에서 뉴욕 거리의 이름으로
1966년, TV 프로듀서 **조앤 간즈 쿠니(Joan Ganz Cooney)**와 카네기 재단 부사장 **로이드 모리셋(Lloyd Morrisett)**은 맨해튼의 한 만찬 자리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리셋의 어린 딸이 TV 앞에 앉아 화면이 꺼진 뒤에도 테스트 패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대화가 씨앗이 됐습니다. 쿠니는 전국을 돌며 교육학자·심리학자·TV 제작자들을 만났고, 2년간의 연구 끝에 **1968년 아동텔레비전워크숍(CTW)**을 설립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을 고민하던 중, 제작 피치 릴에서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Sesame Street'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열려라 참깨(Open Sesame)'처럼, 멋진 일이 일어나는 거리라는 느낌을 주잖아요." 『천일야화』의 알리바바가 외쳤던 그 주문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었습니다.
왜 참깨였을까요. "열려라"라는 명령어가 담긴 그 주문에는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지식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닫혀있는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이 거리의 이름이 가진 첫 번째 층위였습니다.
1969년 11월 10일 첫 방영. 그리고 지금까지 56년, 52시즌, 4,696개 에피소드. 150개국 이상에서 방영되며 1억 5,00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거쳐 간 이 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어린이 교육 브랜드입니다.
2장. "맥주 광고도 외우는 아이들이 ABC를 못 외울 리 없다"
조앤 간즈 쿠니의 출발점은 분노였습니다. 1960년대 미국, 도시 빈민층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중산층 아이들에게 뒤처져 있었습니다. 교육 자원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던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이 TV로 맥주 광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면, 교육적 내용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이것이 세서미 스트리트의 창업 철학이었습니다. 광고의 문법을 교육에 적용한 것입니다. 짧고 반복적이고 리듬감 있는 세그먼트.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고,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따라 숫자와 글자를 배우는 구조. 1969년 11월 10일 첫 방영 이후, 이 구조는 56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아카이브] 오스카 — 루이스 B. 메이어가 설계한 트로피, 100년 후에도 작동하는 이유에서 살펴봤듯,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처음부터 "팔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쿠니가 분노한 것은 시장의 빈틈이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이었습니다. 그 분노가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 분노의 근원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이 거리는 56년이 지나도 계속 존재합니다.
3장. 캐릭터들이 브랜드다 — 거리의 주민들이 만든 헤리티지
세서미 스트리트의 브랜드 자산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캐릭터에 있습니다.

**빅 버드(Big Bird)**는 높이 249cm(8피트 2인치)의 노란 새입니다. 순진하고 세상을 배워가는 존재로, 시청자인 아이들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입니다. **엘모(Elmo)**는 빨간 털의 3살 반짜리 몬스터로, 1980년대 후반부터 세서미 스트리트의 상징적 얼굴이 됐습니다. **쿠키 몬스터(Cookie Monster)**는 쿠키에 대한 무한한 열정으로 절제의 미덕을 역설적으로 가르칩니다. 쓰레기통에 사는 불평꾼 **오스카 더 그로치(Oscar the Grouch)**는 아무리 별난 존재도 이 거리에서 배척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줍니다.
2017년에는 **줄리아(Julia)**가 등장했습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지영(Ji-Young)**이 데뷔했습니다. 프로그램 방영 52년 만에 등장한 최초의 아시아계 인형 캐릭터이자, 한국계 미국인 7살 소녀입니다. 전자기타를 좋아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지영의 탄생은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확산되던 사회적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 거리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습니다. 불평꾼도, 장애가 있는 아이도, 이민자 가정의 아이도 모두 이 거리의 주민입니다. 그것이 세서미 스트리트가 1969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브랜드의 핵심 가치입니다.
4장. 비영리 조직이 만든 1억 7,000만 달러의 경제학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은 비영리 단체입니다. 그런데 2024년 기준 총수익이 **1억 7,0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달합니다. 총자산은 **5억 7,800만 달러(약 7,800억 원)**입니다.

이 비영리 단체의 수익 구조는 세 축으로 구성됩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라이선싱 수익(46%)**입니다. 엘모와 쿠키 몬스터의 얼굴이 들어간 장난감, 책, 의류, 영상 콘텐츠의 로열티가 운영비의 절반을 책임집니다. 그 다음은 유통 수수료와 로열티(18%), 그리고 재단과 정부 보조금 등의 기부금이 나머지를 채웁니다.
방영권 계약의 역사도 브랜드 헤리티지의 일부입니다. 45년간 PBS에서만 방영되던 세서미 스트리트는 2016년 HBO와의 계약으로 스트리밍 시대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HBO가 연간 3,000~3,500만 달러를 지불하는 이 계약은 오랜 재정난에 시달리던 세서미 워크숍을 구했습니다. 2019년에는 HBO Max로 확장됐고, 2024년 말 그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넷플릭스와의 새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신규 에피소드와 지난 시즌 90시간 분량이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고, 동시에 PBS에서도 방영됩니다. 56살의 브랜드가 다시 한번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것입니다.
[브랜드 아카이브] 에르메스 버킨백 & 우황청심환에서 살펴봤듯, 진짜 헤리티지 브랜드는 시대가 바뀌어도 자기 방식을 지킨 채 새로운 채널로 이동합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PBS → HBO → 넷플릭스로 이동했지만, 거리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5장. KAWS, BAPE, 유니클로 — 어린이 프로그램이 스트리트 패션을 입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브랜드 전략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패션·아트 라이선싱입니다.
아티스트 KAWS는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들의 눈을 자신의 시그니처인 X자로 바꾼 비닐 피규어와 유니클로 협업 티셔츠를 출시했습니다. KAWS의 세서미 스트리트 엘모·버트·어니 피규어는 홍콩에서 2,355~2,980 홍콩달러(약 40~50만 원)에 팔렸고, 2차 시장에서 그 몇 배로 거래됩니다. BAPE는 "ABC 카모" 패턴에 엘모와 쿠키 몬스터를 녹여낸 컬렉션을 160개국 팬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어떻게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이 됐을까요? 이 협업들이 작동하는 이유는 세대 간 노스탤지어에 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고 자란 1980~90년대 세대가 소비력을 가진 성인이 됐을 때, 그 캐릭터들은 단순한 어린이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유년기를 상징하는 문화적 기호가 됐습니다. KAWS는 그 기호를 현대 예술 언어로 재해석했고, BAPE와 유니클로는 그것을 착용 가능한 노스탤지어로 만들었습니다.
[편의점 서가] 연양갱 — 80년 동안 레시피가 바뀌지 않은 이유에서 살펴봤듯, 오래된 것이 새것처럼 소비되는 순간은 브랜드가 세대를 가로질러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는 증거입니다.
이안 박의 마무리 — "열려라 참깨"가 56년 동안 열어온 것
세서미 스트리트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교과서입니다. 그런데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브랜드가 56년 동안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처음부터 "팔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앤 간즈 쿠니가 분노한 것은 시장의 빈틈이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이었습니다. 그 분노가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 분노의 근원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 거리는 계속 존재할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의 브랜드 서재 1편] 개성인삼 — 은과 맞먹은 뿌리의 개성상인들이 사회적 신뢰를 브랜드로 만든 것처럼, 세서미 스트리트는 사회적 신념을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그 신념이 지속되는 한, 이 거리는 계속 열려 있을 것입니다.
*"열려라 참깨"*는 단순한 주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닫힌 문 앞에 선 사람들을 위한 가장 오래된 희망의 문장이었습니다.
Discere est pars vitae. 배우는 것은 삶의 일부다. — 이안 박이 세서미 스트리트의 56년에 붙이는 문장입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그 거리의 이름 뒤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브랜드 유산이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쫀쿠의 맛있는 이야기 — 열려라 참깨! 주문 한 마디에 담긴 5,500년의 이야기 — 이름의 기원이 된 그 주문의 역사
- [브랜드 아카이브] 오스카 — 루이스 B. 메이어가 설계한 트로피 — 미디어 산업이 만든 또 다른 권위의 구조
- [브랜드 아카이브] 에르메스 버킨백 & 우황청심환 —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는 브랜드의 조건
- [편의점 서가] 야쿠르트 — 65ml가 만든 100년의 장(腸) 제국 — 철학이 브랜드가 되는 또 다른 방식
- [조선의 브랜드 서재 1편] 개성인삼 — 은과 맞먹은 뿌리 — 사회적 신뢰가 400년을 버티는 방법
브랜드 서재 by 이안 박 "소유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럭셔리가 있습니다."
태그
#세서미스트리트 #SesameStreet #세서미워크숍 #조앤간즈쿠니 #엘모 #빅버드 #쿠키몬스터 #지영캐릭터 #KAWS협업 #열려라참깨 #넷플릭스세서미 #PBS교육브랜드 #비영리브랜드전략 #노스탤지어마케팅 #교육브랜드 #1969년첫방영 #56년교육방송 #아시아계캐릭터 #브랜드아카이브 #할리우드연계 #브랜드스토리 #브랜드헤리티지 #브랜드서재 #이안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