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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박의편의점서재7

[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들어가며 — 편의점 냉장고 옆,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그것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계산대 옆, 혹은 냉장 코너 한편에 즉석죽 컵이 놓여 있습니다. 전복죽, 참치죽, 단호박죽. 뜨거운 물만 부으면 3분 만에 완성되는 이 작은 컵 안에는, 사실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된 조리법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곡물을 물에 넣고 오래 끓이는 것. 이보다 단순한 요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행위를 부르는 이름이 세계 곳곳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오늘은 편의점 즉석죽 컵 하나를 들고, 그 이름의 계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1장 — 粥(죽)이라는 글자, 청동기에 새겨진 조리 장면기원전 .. 2026. 8. 6.
[편의점 서가] 히비스커스 — 같은 꽃이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팔리는 이유 [편의점 서가] 히비스커스 — 같은 꽃이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팔리는 이유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음료 코너 쪽으로 걸어갑니다. 진열대 한쪽에 붉은 꽃 그림이 인쇄된 티백이나 음료 한 병이 놓여 있습니다. 라벨에는 **히비스커스(Hibiscus)**라고 적혀 있습니다. 혹은 로즐(Roselle). 혹은 자메이카 플라워(Jamaica Flower). 같은 꽃인데, 라벨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어떤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을 달고 팝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계절, 한국의 길가에는 무궁화가 피어 있습니다. 무궁화도 히비스커스입니다. 정확히는 히비스커스 사이리아쿠스(Hibiscus syriacus). 편의점 음료에 들어가는 것은 히비스커스 사브다리파(Hibiscus sabda.. 2026. 8. 5.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는 물건을 꺼내봅니다. 편의점 기름 코너의 맨 끝. 아무도 잘 보지 않는 그 자리에 종종 놓인, 흰색의 두꺼운 반고체. 쇼트닝이라고 불리는 그 물질. 이름을 보면 Crisco(크리스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주방에서 이 이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라드를 밀어내고, 트랜스지방 논쟁의 중심에 서고, 두 번 다시 그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제조사가 바뀐 브랜드입니다. 그 이야기는 면화 씨앗에서 시작됩니다.1장 — 목화씨의 골칫거리, 그리고 어느 화학자의 발견19세기 미국 남부의 면화 농가에는 매.. 2026. 8. 2.
[편의점 서가] 하스 아보카도 — 한 우체부의 뒷마당 나무 한 그루가 세계 식용유 시장의 표준이 되기까지 [편의점 서가] 하스 아보카도 — 한 우체부의 뒷마당 나무 한 그루가 세계 식용유 시장의 표준이 되기까지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겠습니다. 진열대에 놓인 아보카도유 병을 한번 들여다봅니다. 라벨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Hass Avocado'라는 단어가 적혀 있을 것입니다. 혹은 병 디자인에 울퉁불퉁한 검은 껍질의 아보카도가 그려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아보카도의 모습, 사실 그것은 한 사람의 이름입니다. 하스(Hass). 1926년 캘리포니아 우체부 루돌프 하스(Rudolph Hass)의 뒷마당에서 자란 나무 한 그루가 오늘날 전 세계 상업용 아보카도 시장의 표준 품종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아보카도 품종과 품질을 설명하는 표준 언어가.. 2026. 7. 25.
[편의점 서가] 인증 — 로고 하나가 브랜드가 되는 방법, RSPO·공정무역·PDO의 구조 [편의점 서가] 인증 — 로고 하나가 브랜드가 되는 방법, RSPO·공정무역·PDO의 구조 들어가며 — 편의점 진열대의 작은 로고들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식용유 코너에서 병을 집어들 때, 라벨을 천천히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RSPO 인증." "공정무역(Fairtrade) 인증." "유기농 인증." 때로는 세 개가 동시에 붙어 있습니다. 이 작은 로고들이 가격을 올립니다. 소비자는 그 로고를 보고 더 비싼 것을 삽니다. 그런데 그 로고가 무엇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왜 신뢰할 수 있는지—혹은 왜 신뢰하기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십보는 아보카도유 편에서 "원산지가 명확하고 공정무역 인증이나 독립 감사를 거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행동"이라고 썼습니다. 올리.. 2026. 7. 21.
[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지난 편에서 베르톨리를 읽었습니다.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세 개의 국적이 겹쳐 있는 구조. 소비자는 '이탈리아'를 보지만, 실제 사슬의 중심은 어디에도 이탈리아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의 바깥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부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그리스입니다. 그리스는 세계 올리브유 생산에서 스페인(약 40~50%), 이탈리아(약 20%)에 물량으로 밀립니다. 그런데 이 나라 올리브유의 70~80%가 엑스트라 버진 등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이 물량으로 세계를 먹이고, 이탈리아가 이름으로 세계를 설득할 때, 그.. 202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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