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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가

[카피캣 서가 프롤로그] 오레오도 카피캣이었다 —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베끼는가

by 이안 박(Ian Park)의 브랜드 서재 2026.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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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서가 프롤로그] 오레오도 카피캣이었다 —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베끼는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며칠 전 편의점 과자 진열대 앞에서 오레오 옆에 놓인 낯선 파란 봉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포장도, 색감도, 심지어 쿠키 사이 크림의 배치까지 어딘가 익숙했죠. "이거, 어디서 봤더라" 하는 그 감각 — 아마 여러분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오늘부터는 그 낯익은 감각의 정체를 하나씩 열어보려 합니다. 카피캣 서가, 지금 시작합니다.

카피캣 서가: 인류는 언제부터 베꼈는가?


카피는 브랜드보다 오래된 습관입니다

1875년 영국 의회는 상표등록법(Trade Marks Registration Act)을 통과시켰고, 이 법이 시행된 1876년 1월 1일, 배스 브루어리(Bass & Co.)의 붉은 삼각형 로고가 영국 최초의 공식 등록상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새해 첫날 등록 사무소 앞에 직원이 밤새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는 정황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훗날 마네가 1882년 그림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에 이 붉은 삼각형 라벨을 슬쩍 그려 넣을 만큼, 이미 위조와 모방이 일상적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잘 팔리는 것을 흉내 내는" 행동 자체는 상표법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도자기에 장인의 표식을 새기던 시절부터, 그 표식을 몰래 베껴 새기는 사람들도 함께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는 개인 간의 다툼을 넘어 시장 전체의 질서 문제가 됐고, 그 결과로 저작권·상표권·특허권이라는 세 가지 보호 장치가 각각 다른 시점에, 다른 목적으로 정비됐습니다.

소유할 수 없는 곡선: 코카콜라 병의 전쟁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보호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허권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 기술과 방법을 보호합니다. 상표권은 "누가 만들었는가" — 이름과 로고를 보호합니다. 저작권은 "어떤 표현으로 담아냈는가" — 창작물의 형식을 보호합니다. 그래서 같은 카피캣 제품이라도, 어떤 것은 완전히 합법이고 어떤 것은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이 차이를 앞으로 하나씩 짚어볼 예정입니다.


카피캣은 언제나 나쁜 것일까요

여기서 잠깐, 반전 하나를 먼저 공개합니다.

누가 진짜인가? 오레오와 하이드록스의 운명

오레오는 원조가 아닙니다. 지금 "원조의 아성을 지키는 강자"로 기억되는 오레오는, 사실 1908년에 먼저 나온 하이드록스(Hydrox)를 4년 뒤인 1912년에 베낀 후발주자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이드록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원조가 잊히고 카피캣이 시장의 표준이 된 셈이죠.

 

반대 방향의 반전도 있습니다. 맥비티 다이제스티브와 오리온 다이제처럼, 이름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별다른 분쟁 없이 각자의 시장에서 자리 잡은 경우도 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출발했다가 계약이 끝나자 이름 앞 두 음절만 남기고 독립한, 일종의 합법적 분가였습니다.

 

카피캣은 때로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때로는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흔듭니다. 어떤 카피캣은 원조보다 오래 살아남고, 어떤 원조는 카피캣에 밀려 사라집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카피캣을 "좋다/나쁘다"로 재단하기보다, **"왜 이 카피는 살아남았고 저 원조는 잊혔는가"**를 묻는 것이 훨씬 흥미로운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것들

앞으로 편의점 매대 위의 과자와 음료에서 출발해, 생활용품과 의약품·화학 소재까지 두루 살펴보려 합니다. 저작권·상표권·특허권의 차이, 색깔과 모양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그리고 상표가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오히려 권리를 잃어버리는 제네리사이드(genericide)까지 — 무겁게 다루지 않되, 다음에 편의점에 가셨을 때 진열대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카피캣이 우리에게 남긴 것: 제네릭과 진화의 매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도덕서한》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Omnia, Lucili, aliena sunt, tempus tantum nostrum est."
"루킬리우스여, 모든 것은 타인의 것이다. 오직 시간만이 우리의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상업의 역사를 읽다 보면 묘하게 겹쳐 보이는 문장입니다. 오늘 우리가 "원조"라고 부르는 것도,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또 다른 카피캣의 정제된 결과물일 수 있으니까요.

소유하지 않아도, 어떤 카피가 살아남고 어떤 원조가 잊히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럭셔리가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 빼빼로와 포키, 그 이름이 먼저냐 막대기가 먼저냐. 실제로 벌어졌던 소송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브랜드 서재 by 이안 박
소유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럭셔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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