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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가

[카피캣 서가] 빼빼로 vs 포키 — 닮았다는 것과 불법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by 이안 박(Ian Park)의 브랜드 서재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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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서가] 빼빼로 vs 포키 — 닮았다는 것과 불법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매년 11월이 되면 편의점 매대에는 길쭉한 막대과자가 가득 쌓입니다. 한쪽에는 포키, 다른 한쪽에는 빼빼로가 놓입니다.

 

두 제품은 모두 길쭉한 비스킷에 초콜릿이나 크림을 입혔고, 끝부분은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코팅을 남겨뒀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빼빼로는 포키를 따라 한 제품일까요? 그렇다면 왜 두 제품은 지금도 나란히 팔리고 있을까요?

 

지난 편에서 오레오는 원조 하이드록스를 마케팅과 자본으로 밀어낸 "역전의 카피캣"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엔 결이 다릅니다. 카피캣 논쟁이 실제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법정까지 갔고, 5년의 다툼 끝에 뜻밖의 결론이 나온 이야기입니다.

빼빼로 vs 포키 — 닮았다는 것과 불법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리 말씀드리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 형태가 소비 편의나 제조 방식과 관련된 기능적 디자인이라면, 한 기업이 상표법으로 영원히 독점하기는 어렵습니다.


1966년, 손잡이를 발명하다

포키는 일본 에자키 글리코가 1966년 출시한 초콜릿 코팅 비스킷 스틱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비스킷을 길게 만드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초콜릿을 막대 전체에 바르지 않고 한쪽 끝을 비워둔 것 — 이 손잡이 구조가 훗날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됩니다. 손에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 잡기 쉽고, 여럿이 나눠 먹기 편하고, 좁고 긴 형태라 포장과 운반도 쉬웠습니다.

1966년의 혁신 — 초콜릿 코팅을 남긴 '손잡이'의 탄생

글리코는 1978년부터 미국에서 포키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 제품 구성 자체를 트레이드 드레스(제품의 전체적인 외관을 보호하는 상표법상 권리)로 등록했습니다. 막대 모양을 만드는 제조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특허도 받아뒀습니다.


1983년, 닮은꼴이 등장하다

포키가 일본 시장을 장악하던 1983년, 롯데가 빼빼로를 출시합니다. 항소법원 판결문은 이 대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 빼빼로도 초콜릿이나 크림을 부분적으로 입힌 막대형 비스킷이며, "포키와 놀랍도록 닮았다."

실사: 제품 비교 촬영  – 포키·빼빼로 나란히, 손잡이 부분·막대 형태 측정, 스튜디오 조명

글리코는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1993년부터 1995년 사이가 되어서야 롯데에 경고장을 보내, 등록된 트레이드 드레스를 근거로 미국 내 판매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롯데는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판매를 멈추겠다고 답했지만, 이후 다시 빼빼로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글리코는 그 뒤로 20년 가까이 아무런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목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권리는 등록해뒀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두 제품이 나란히 경쟁하도록 내버려 둔 셈이니까요.


2015년, 마침내 법정으로

포키와 빼빼로가 세계 여러 시장에서 함께 팔리는 풍경이 자리 잡을 무렵, 글리코는 2015년 뉴저지 연방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근거는 미국 상표법인 랜햄법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와 부정경쟁이 쟁점이었죠.

역사 타임라인 1966~2020  – 포키 발명→빼빼로 출시→경고장→20년 침묵→소송→법원 판결

트레이드 드레스란 포장이나 제품 외관 전체를 통해 소비자가 출처를 알아보게 하는 시각적 특징을 말합니다. 병의 곡선, 매장의 인테리어, 특정한 색상 조합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이 권리는 제품의 모든 모양을 독점하게 해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표법은 브랜드의 출처를 보호할 뿐, 유용한 발명이나 기능을 무기한 독점하게 해주는 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법원은 왜 롯데의 손을 들어줬나

2019년 7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롯데에게 약식판결로 승소를 안겼습니다. 2020년 10월 8일, 미국 제3연방항소법원(담당 판사 스테파노스 비바스)이 이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법원의 논리는 명료했습니다. 포키의 손잡이는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 장치이고, 막대 모양은 들고 먹기 쉽고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도 되게 해주며, 얇고 긴 형태는 한 상자에 여러 개를 담아 나눠 먹기 좋게 해줍니다. 이 모든 특징이 "기능적"이라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글리코 스스로 광고에서 이 손잡이의 편리함과 휴대성을 홍보해왔다는 사실이, 법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건 기능이다"라는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기능적 디자인 원칙  – 손잡이·막대 형태·포장 = 기능 → 상표법 보호 불가, 특허법 vs 상표법

법원은 특허법과 상표법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했습니다. 특허법은 새롭고 유용한 발명을 보호하지만, 그 보호 기간은 유한합니다(특허 20년, 디자인특허 15년). 반면 상표법은 애초에 유용한 기능 자체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만약 상표법으로 기능을 독점할 수 있다면, 특허가 정한 시간제한을 우회해 사실상 영구적인 독점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은 이 원칙을 짧게 정리합니다 — 모방은 대체로 합법이며, 시장 경쟁의 일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이 첫 번째 "막대과자 소송"도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판결문은 1930년대 미국의 판례를 인용합니다. 네비스코가 켈로그를 상대로 자사의 베개 모양 슈레드 휘트 시리얼 모양을 베꼈다며 소송을 걸었는데, 연방대법원은 그 베개 모양이 원가와 품질에 영향을 주는 기능적 형태라며 네비스코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거의 9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논리가 막대과자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입니다.


닮았다는 것과 불법이라는 것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법원이 "빼빼로가 포키를 참고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결문 스스로 두 제품이 "놀랍도록 닮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닮은 부분이 기능적이라면 애초에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질문 이 사건에서의 답

닮았는가 그렇다, 법원도 인정
혼동되는가 판단 대상 아님
보호되는가 아니다 — 기능적이므로
그래서 불법인가 아니다

 

물론 이것이 "아무거나 베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름, 로고, 포장 디자인, 광고 문구처럼 출처를 드러내는 장식적 요소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면 별도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정리한 것은 정확히 이 지점입니다. 기능과 브랜드 표지는 다른 문제라는 것.


11월 11일, 같은 날짜 다른 승부

두 브랜드의 경쟁은 매대 위에서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11월 11일이라는 날짜를 둘러싼 마케팅 싸움은 소송보다 오래, 그리고 훨씬 조용히 진행됐습니다.

편의점 빼빼로데이 매대  – 11월 11일 벽면 빼빼로 디스플레이, 소비자 쇼핑 장면

일본에서는 글리코가 1999년 11월 11일을 '포키 & 프리츠의 날'로 공식 지정하고 일본기념일협회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네 개의 숫자 1이 막대 모양을 닮았다는, 상품 형태에서 출발한 네이밍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기업이 설계하고 등록한, 위에서 만든 기념일입니다.

 

빼빼로데이는 결이 다릅니다. 1990년대 초중반, 부산 지역의 한 여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서로 과자를 주고받던 관행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정확한 학교와 연도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1996년 무렵 이 현상이 언론에 보도됐고, 담당 영업사원이 11월마다 특정 지역에서 빼빼로 매출이 유독 뛴다는 사실을 본사에 보고하면서 롯데가 1997년부터 전국적인 마케팅으로 이 관행을 끌어올렸습니다. 기업이 처음부터 설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소비자 문화에 올라탄 셈입니다.

 

결과만 보면 아래에서 시작된 쪽이 훨씬 강력했습니다. 자료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빼빼로 연간 매출의 40~65%가 10~11월, 특히 11월 11일 전후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단일 기념일 마케팅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11월 초부터 매대 한 벽면을 통째로 빼빼로로 채우는 것이 연중 가장 확실한 매출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롭게도 11월 11일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일본은 포키 데이, 한국은 빼빼로 데이, 그리고 중국에서는 '독신자의 날(光棍节)'로 통합니다. 네 개의 1이라는 같은 시각적 모티프에서 출발했지만, 한쪽은 기업이 만든 기념일로, 다른 한쪽은 청년 문화에서, 또 다른 한쪽은 온라인 쇼핑 축제로 완전히 다르게 진화했습니다. 같은 숫자가 나라마다 다른 소비문화의 씨앗이 된 셈입니다.

11월 11일 동아시아 3국 분화  – 일본 포키데이(1999), 한국 빼빼로데이(1997), 중국 광군제(독신자의 날)

정리하면 포키와 빼빼로의 경쟁에는 두 개의 전선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제품 형태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었고, 결과는 "닮았지만 불법은 아니다"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날짜를 둘러싼 마케팅 경쟁이었고, 결과는 후발주자가 압도적으로 승리했습니다. 같은 대결에서 원조와 후발주자가 서로 다른 전장에서 각자의 승부를 낸 셈입니다.


4유형 분류법 판정

프롤로그에서 예고한 분류법으로 보면, 빼빼로는 공존형에 가장 가깝습니다. 라이선스 없이 출발했고 법정까지 갔지만, 법원은 "각자 살아라"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고 두 브랜드는 이후에도 각자의 이름과 시장을 지켰습니다.

 

다만 다르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빼빼로는 아몬드·누드·프리미엄 등 다양한 라인업과 한국식 기념일 문화를 독자적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독자노선형으로도 읽힙니다. 어쩌면 이 애매함 자체가, 현실의 카피캣들이 하나의 유형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진열된 두 개의 막대과자

포키가 먼저 나왔고, 빼빼로는 그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글리코는 권리를 등록해뒀고, 경고장도 보냈고, 결국 소송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손에 초콜릿을 묻히지 않게 하는 손잡이, 들고 먹기 쉬운 막대 형태, 나눠 먹기 좋은 포장 — 이 모든 것이 기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평화로운 공존 — 편의점 매대에서 경쟁하며 함께 걷다

이름과 로고는 브랜드의 표지입니다. 포장 디자인은 출처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에 잡기 좋고 먹기 편한 형태는, 한 기업이 영원히 소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편의점 매대에는 포키와 빼빼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닮았지만 같지 않고, 경쟁하지만 공존합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어떤 카피가 법정에서 살아남고 어떤 권리가 거기서 멈추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럭셔리가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몽쉘과 초코파이 — 이번엔 소송도, 국경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누가 원조인가"를 파고들수록 답이 사라지는, 카피의 카피를 다시 카피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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