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전체 글129

[단어의 서재 7편] Quarantine(쿼런틴) — 베네치아가 시간을 팔던 섬, 그리고 40일이라는 숫자의 비밀 [단어의 서재 7편] Quarantine(쿼런틴) — 베네치아가 시간을 팔던 섬, 그리고 40일이라는 숫자의 비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이 단어를 처음 만든 것은 바이러스도, 세균도, 의사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숫자였습니다. 40. 노아의 홍수가 40일간 쏟아졌고, 예수가 광야에서 40일을 버텼고,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40일을 머물렀습니다. 중세 유럽인들의 머릿속에서 4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험, 정화, 변환의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14세기 흑사병이 지중해 항구를 뒤덮었을 때, 베네치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숫자를 꺼냈습니다. quarantina giorni — 40일. 이것이 *quarantine(쿼런틴)*이라는 단어의 탄생 순간입.. 2026. 6. 30.
[편의점 서가] 설탕 — 삼각무역, 자본주의는 노예의 땀으로 세워졌다 [편의점 서가] 설탕 — 삼각무역, 자본주의는 노예의 땀으로 세워졌다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조미료 코너에 백설탕 1kg 한 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가격은 약 2,000원. 쫀쿠가 이 설탕이 뉴기니 사탕수수에서 출발해 인도의 결정화 기술을 거쳐 아랍 상인을 타고 유럽에 닿은 수천 년의 달콤한 여행을 들려줬다면, 이안박은 다른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이 설탕 봉지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가격표. 원재료비도, 운임도 아닙니다. 이 달콤함을 세상에 대량으로 퍼뜨리기 위해 인류가 지불한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플랜테이션이라는 이름의 공급망, 그리고 그것이 낳은 자본주의의 종잣돈에 관해서.1장. 삼각무역 —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공급망 비즈니스 모델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2026. 6. 29.
[단어의 서재 6편] Sabotage(사보타주) — 나막신 한 켤레가 세상을 멈추는 방법 [단어의 서재 6편] Sabotage(사보타주) — 나막신 한 켤레가 세상을 멈추는 방법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신발 한 켤레. 화려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투박한 신발이 프랑스 공장 바닥을 울리던 순간, 역사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사보타주(sabotage). 프랑스어 나막신 *sabot(사보)*에서 태어난 이 단어는 오늘날 고의적 파괴, 조직 내 방해 공작, 심지어 우리가 스스로의 성공을 망치는 심리적 패턴을 설명하는 언어로까지 진화해 있습니다. 나막신 한 켤레가 어떻게 이렇게 먼 길을 걸어온 것일까요.1장. 나막신에서 태어난 동사 — 어원의 두 갈래 길어원을 추적하다 보면.. 2026. 6. 28.
[단어의 서재 5편] Boycott(보이콧) — 한 남자의 이름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되기까지 [단어의 서재 5편] Boycott(보이콧) — 한 남자의 이름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를 다시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사람의 이름이 아예 일반 명사나 동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국 정치인 제리맨더(Elbridge Gerry)의 이름이 선거구 조작을 뜻하는 gerrymander가 되고, 나치 부역자 비드쿤 퀴슬링(Vidkun Quisling)의 성이 반역자를 뜻하는 quisling이 된 것처럼.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역사의 부끄러운 이름이 굳어진 경우입니다. 반면 boycott은 조금 다릅니다. 한 인물이 역사의 악역이 됐고, 그를 향해 던진 집단적 저항의 이름이 단어가 됐습니다. 가해자의 이름이 피해자들의 무기 이름으로 굳어진, 유쾌한 역설의.. 2026. 6. 27.
[편의점 서가] 소금 — 편의점 냉장 코너 옆 작은 선반에서 시작하는 세계 소금 지도 [편의점 서가] 소금 — 편의점 냉장 코너 옆 작은 선반에서 시작하는 세계 소금 지도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의 조미료 선반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꽃소금, 천일염, 구운 소금, 히말라야 핑크솔트. 작은 선반 하나에 이름도 색깔도 다른 소금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냥 지나쳤다면 그저 흰 가루 몇 종류였겠지만, 잠깐 들여다보면 이 선반 안에 한국의 갯벌, 프랑스 브르타뉴의 바람, 파키스탄의 2억 년 된 광산, 그리고 영국 에섹스 강 하구가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소금 하나에서 지구의 지형학, 제조 철학, 브랜드 헤리티지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1장.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소금을 이해하는 첫 번째 좌표는 제조 방식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금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 2026. 6. 26.
[단어의 서재 4편] Pension(펜션/연금) — 무게를 달던 로마인이 만든 단어, 두 개의 다른 삶을 사는 중 [단어의 서재 4편] Pension(펜션/연금) — 무게를 달던 로마인이 만든 단어, 두 개의 다른 삶을 사는 중카테고리: 단어의 서재 | 시리즈: 4편 URL 슬러그: ian-park-word-04-pension-pendere-bismarck-korean-pension-lodging-etymology-heritage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 앞에서 멈췄습니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주말에 펜션 어때?" 동시에 뉴스에서는 앵커가 말합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내년부터 조정됩니다." 펜션과 연금. 한국어에서 이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영어로 쓰면 둘 다 Pension입니다. 어떻게 같은 단어가 한국에서는 '강원도 숙박시설'이 되고, 영어권에서는 '노후.. 2026. 6.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