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들어가며 — 편의점 냉장고 옆,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그것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계산대 옆, 혹은 냉장 코너 한편에 즉석죽 컵이 놓여 있습니다. 전복죽, 참치죽, 단호박죽. 뜨거운 물만 부으면 3분 만에 완성되는 이 작은 컵 안에는, 사실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된 조리법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곡물을 물에 넣고 오래 끓이는 것. 이보다 단순한 요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행위를 부르는 이름이 세계 곳곳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오늘은 편의점 즉석죽 컵 하나를 들고, 그 이름의 계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1장 — 粥(죽)이라는 글자, 청동기에 새겨진 조리 장면기원전 ..
2026. 8. 6.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는 물건을 꺼내봅니다. 편의점 기름 코너의 맨 끝. 아무도 잘 보지 않는 그 자리에 종종 놓인, 흰색의 두꺼운 반고체. 쇼트닝이라고 불리는 그 물질. 이름을 보면 Crisco(크리스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주방에서 이 이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라드를 밀어내고, 트랜스지방 논쟁의 중심에 서고, 두 번 다시 그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제조사가 바뀐 브랜드입니다. 그 이야기는 면화 씨앗에서 시작됩니다.1장 — 목화씨의 골칫거리, 그리고 어느 화학자의 발견19세기 미국 남부의 면화 농가에는 매..
202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