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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가67

[편의점 서가] 사브라(Sabra) — 후무스를 팔았는데, 전쟁이 따라왔다 [편의점 서가] 사브라(Sabra) — 후무스를 팔았는데, 전쟁이 따라왔다냉장 코너 한 귀퉁이의 작은 통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가미국 대형마트 냉장 코너에 가면 파란 라벨에 이름이 크게 박힌 통이 있습니다. Sabra. 뒤집어보면 원재료란에 chickpeas, tahini, garlic, lemon juice라고 적혀 있습니다. 재료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 통 하나가 불매운동을 부르고, 기네스 기록을 건드리고,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의 외교전으로 번지고, 결국 수십 년의 공동 소유 구조를 해체시키는 데까지 이릅니다.후무스는 어떻게 단순한 딥소스를 넘어 정치적 물건이 됐을까요. 그리고 사브라는 어떻게 그 한가운데에 서게 됐을까요.후무스(Hummus) — 이름이 이미.. 2026. 8. 7.
[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편의점 서가] 죽(粥) — 컵 하나에 담긴 인류 최초의 요리, 그리고 이름의 세계여행 들어가며 — 편의점 냉장고 옆,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그것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계산대 옆, 혹은 냉장 코너 한편에 즉석죽 컵이 놓여 있습니다. 전복죽, 참치죽, 단호박죽. 뜨거운 물만 부으면 3분 만에 완성되는 이 작은 컵 안에는, 사실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된 조리법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곡물을 물에 넣고 오래 끓이는 것. 이보다 단순한 요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행위를 부르는 이름이 세계 곳곳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오늘은 편의점 즉석죽 컵 하나를 들고, 그 이름의 계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1장 — 粥(죽)이라는 글자, 청동기에 새겨진 조리 장면기원전 .. 2026. 8. 6.
[편의점 서가] 히비스커스 — 같은 꽃이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팔리는 이유 [편의점 서가] 히비스커스 — 같은 꽃이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팔리는 이유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음료 코너 쪽으로 걸어갑니다. 진열대 한쪽에 붉은 꽃 그림이 인쇄된 티백이나 음료 한 병이 놓여 있습니다. 라벨에는 **히비스커스(Hibiscus)**라고 적혀 있습니다. 혹은 로즐(Roselle). 혹은 자메이카 플라워(Jamaica Flower). 같은 꽃인데, 라벨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어떤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을 달고 팝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계절, 한국의 길가에는 무궁화가 피어 있습니다. 무궁화도 히비스커스입니다. 정확히는 히비스커스 사이리아쿠스(Hibiscus syriacus). 편의점 음료에 들어가는 것은 히비스커스 사브다리파(Hibiscus sabda.. 2026. 8. 5.
[편의점 서가] 제너럴 쏘 치킨 — 장군의 이름이 미국에서 가장 달콤한 요리가 되기까지 [편의점 서가] 제너럴 쏘 치킨 — 장군의 이름이 미국에서 가장 달콤한 요리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냉동식품 코너 쪽으로 걸어가 봅니다. 냉동 코너에 한 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붉은 소스가 번들거리는 튀긴 닭 조각. 라벨에는 General Tso's Chicke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 중화요리 레스토랑의 절대 베스트셀러. 중국 본토에 가면 찾기 어려운 음식. 장군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정작 그 요리는 청나라의 후난 음식보다 훨씬 달고 진한 미국식으로 재구성된 결과물입니다. 이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나면, 이것이 단순한 요리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름이 역사를 덮고, 신화가 원본을 압도하고, 마케팅이 기억을.. 2026. 8. 3.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는 물건을 꺼내봅니다. 편의점 기름 코너의 맨 끝. 아무도 잘 보지 않는 그 자리에 종종 놓인, 흰색의 두꺼운 반고체. 쇼트닝이라고 불리는 그 물질. 이름을 보면 Crisco(크리스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주방에서 이 이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라드를 밀어내고, 트랜스지방 논쟁의 중심에 서고, 두 번 다시 그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제조사가 바뀐 브랜드입니다. 그 이야기는 면화 씨앗에서 시작됩니다.1장 — 목화씨의 골칫거리, 그리고 어느 화학자의 발견19세기 미국 남부의 면화 농가에는 매.. 2026. 8. 2.
[편의점 서가] 비타민C — 괴혈병을 막은 레몬 한 조각에서, 노란 봉지 전쟁까지 [편의점 서가] 비타민C — 괴혈병을 막은 레몬 한 조각에서, 노란 봉지 전쟁까지 들어가며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편의점 서가에서 꺼내 들 것은 노란색입니다. 레모나의 노란 봉지, 비타500의 노란 뚜껑, 그리고 레몬 그 자체의 노란색. 비타민C를 상징하는 이 색깔은 어쩌다 이렇게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을까요. 편의점 냉장고 한쪽에는 비타500이 꽂혀 있고, 계산대 옆 선반에는 레모나 봉지가 줄지어 있습니다. 약국 창구 뒤편에는 아로나민 골드 박스가 쌓여 있습니다. 세 제품은 모두 "비타민"을 팝니다. 하지만 그 역할은, 규제는, 그리고 이름이 담긴 역사는 전혀 다릅니다. 이전 편에서 이야기한 박카스가 로마 술의 신 바쿠스에서 이름을 빌려 왔다면, 오늘의 주인공 비타민은 폴란드 생화학자 한 명의 .. 202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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