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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가53

[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지난 편에서 베르톨리를 읽었습니다.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세 개의 국적이 겹쳐 있는 구조. 소비자는 '이탈리아'를 보지만, 실제 사슬의 중심은 어디에도 이탈리아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의 바깥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부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그리스입니다. 그리스는 세계 올리브유 생산에서 스페인(약 40~50%), 이탈리아(약 20%)에 물량으로 밀립니다. 그런데 이 나라 올리브유의 70~80%가 엑스트라 버진 등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이 물량으로 세계를 먹이고, 이탈리아가 이름으로 세계를 설득할 때, 그.. 2026. 7. 18.
[편의점 서가] 베르톨리 —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숨은 세 개의 국적 [편의점 서가] 베르톨리 —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숨은 세 개의 국적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올리브유 코너 앞에 서서 라벨을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BERTOLLI. 짙은 초록색 병, 이탈리아풍 서체,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라벨 디자인.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병을 보는 순간 자동으로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지중해의 태양, 올리브 농장, 이탈리아 할머니의 부엌. 브랜드가 의도한 연상 경로가 그대로 작동하는 순간입니다.그런데 그 병 안의 기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 기름을 만든 회사는 어느 나라 기업일까요. 그리고 'BERTOLLI'라는 이름을 법적으로 소유한 곳은 어디일까요. 세 질문의 답이 모두 다릅니다. 오늘 이안 박은 베르톨리라는 이름 안에 겹겹이 .. 2026. 7. 16.
[편의점 서가] 오뚜기 — 넘어지지 않는 것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56년의 뚝심 [편의점 서가] 오뚜기 — 넘어지지 않는 것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56년의 뚝심 들어가며 — 지난 편의 끝에서 시작하는 질문안녕하세요, 브랜드 헤리티지 연구자 이안 박입니다.지난 편에서 하인즈가 한국에서 드물게 고전한 시장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 세계 케찹 시장을 지배하는 브랜드가 국내에서 80% 넘는 점유율에 눌린 구조. 그 주인공이 오뚜기입니다.그런데 오뚜기 이야기는 케찹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카레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 6·25 전쟁에 장교로 참전했다가 소령으로 예편한 뒤 마흔을 바라보며 식품 회사를 세운 남자. 함태호(咸泰浩, 1930~2019).1. 오뚜기라는 이름 —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오뚜기는 표준어로는 오뚝이 — 무게 중심.. 2026. 7. 12.
[편의점 서가] 카놀라유 — 이름을 바꾸면 역사가 바뀐다, 식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리브랜딩 [편의점 서가] 카놀라유 — 이름을 바꾸면 역사가 바뀐다, 식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리브랜딩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브랜드를 들여다보다 보면, 이름 하나가 한 산업의 운명을 뒤바꾼 사례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버버리가 트렌치코트를 군복에서 패션으로 재정의했고, 아스피린이 독일 제약사의 특허명에서 세계인의 일상어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룰 이름 변경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닿아 있습니다. 이름을 바꾼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새로 정의한 이야기입니다. Rapeseed. 영어로는 rapeseed, 한국어로는 유채씨(油菜子)라고 번역하는 이 단어는, 1970년대까지 식품 산업에서 사실상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서 'rape'는 현대 영어의 성폭.. 2026. 7. 11.
[편의점 서가] 케찹 — 유리병 바닥을 두드리던 손, 그 손이 57을 몰랐을 뿐 [편의점 서가] 케찹 — 유리병 바닥을 두드리던 손, 그 손이 57을 몰랐을 뿐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소스 코너 앞에 서 봅니다. 붉은 뚜껑의 오뚜기 케찹 옆에, 가끔은 그 유명한 녹색 병 하인즈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두 병 사이의 거리는 30센티미터쯤 되지만, 그 사이에는 약 2,000년의 시간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케찹이 생선 발효소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쫀쿠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여행의 후반부, 토마토가 케찹을 독점하게 된 이야기, 병 하나가 아이콘이 된 이야기, 그리고 하인즈가 한국에서 왜 졌는지를 이야기합니다.1. 토마토가 케찹을 '독점'하기 전까지 — 버섯·굴·호두 케찹의 세계쫀쿠에서 다뤘던 대로, 케찹(ke-tsiap)은 본래 중국 푸젠 방언의 발효 생선 소스였고.. 2026. 7. 9.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자주 뉴스가 되며, 가장 작은 글씨로 가장 긴 역사를 숨기고 있는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바로 소주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초록색 병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그 옆 상온 선반에는 도자기 병이나 갈색 유리병에 담긴 낯선 이름들이 서 있습니다. 화요, 안동소주, 감홍로. 같은 선반을 나눠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줄은 전혀 다른 술입니다. 하나는 1965년에 태어났고, 하나는 13세기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소주 한 병에서 몽골 제국의 증류 기술, 박정희 시대의 양곡관리 정책,.. 202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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