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편의점 서가] 가이아(Gaea) — 이름 대신 땅을 앞세운 나라, 그리스 올리브유의 전략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지난 편에서 베르톨리를 읽었습니다.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세 개의 국적이 겹쳐 있는 구조. 소비자는 '이탈리아'를 보지만, 실제 사슬의 중심은 어디에도 이탈리아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의 바깥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부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그리스입니다. 그리스는 세계 올리브유 생산에서 스페인(약 40~50%), 이탈리아(약 20%)에 물량으로 밀립니다. 그런데 이 나라 올리브유의 70~80%가 엑스트라 버진 등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이 물량으로 세계를 먹이고, 이탈리아가 이름으로 세계를 설득할 때, 그..
2026. 7. 18.
[편의점 서가] 케찹 — 유리병 바닥을 두드리던 손, 그 손이 57을 몰랐을 뿐
[편의점 서가] 케찹 — 유리병 바닥을 두드리던 손, 그 손이 57을 몰랐을 뿐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소스 코너 앞에 서 봅니다. 붉은 뚜껑의 오뚜기 케찹 옆에, 가끔은 그 유명한 녹색 병 하인즈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두 병 사이의 거리는 30센티미터쯤 되지만, 그 사이에는 약 2,000년의 시간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케찹이 생선 발효소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쫀쿠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여행의 후반부, 토마토가 케찹을 독점하게 된 이야기, 병 하나가 아이콘이 된 이야기, 그리고 하인즈가 한국에서 왜 졌는지를 이야기합니다.1. 토마토가 케찹을 '독점'하기 전까지 — 버섯·굴·호두 케찹의 세계쫀쿠에서 다뤘던 대로, 케찹(ke-tsiap)은 본래 중국 푸젠 방언의 발효 생선 소스였고..
2026. 7. 9.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자주 뉴스가 되며, 가장 작은 글씨로 가장 긴 역사를 숨기고 있는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바로 소주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초록색 병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그 옆 상온 선반에는 도자기 병이나 갈색 유리병에 담긴 낯선 이름들이 서 있습니다. 화요, 안동소주, 감홍로. 같은 선반을 나눠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줄은 전혀 다른 술입니다. 하나는 1965년에 태어났고, 하나는 13세기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소주 한 병에서 몽골 제국의 증류 기술, 박정희 시대의 양곡관리 정책,..
2026.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