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29

[브랜드 아카이브] 헤리티지 × AI —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무기가 되는 방식 [브랜드 아카이브] 헤리티지 × AI —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무기가 되는 방식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연구하다 보면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AI 시대에 헤리티지는 어떻게 됩니까? 결국 AI가 다 만들어버리면, 오래 쌓아온 것들이 의미가 있습니까?" 저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반문하고 싶어집니다. AI 시대에 가장 강한 브랜드가 어디인지 한번 살펴봤느냐고요. 몽클레르, 스타벅스, 나이키. 지금 AI 마케팅을 가장 정교하게 구사하는 브랜드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술력이 아닙니다. 수십 년, 길게는 70년 이상 쌓아온 이미지·감정·이야기라는 원재료가 있다는 것입니다. AI는 그 원재료를 지금의 언어로 꺼내 보여주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 2026. 7. 17.
[조선의 브랜드 서재 3편] 조선 백자 — 비워서 완성한 것들, 브랜드가 된 '없음'의 미학 [조선의 브랜드 서재 3편] 조선 백자 — 비워서 완성한 것들, 브랜드가 된 '없음'의 미학 들어가며 —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싼가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2023년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18세기 조선에서 구워진 흰 항아리 하나가 최종 낙찰가 **약 456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에 팔렸습니다. 달항아리(白磁大壺)라고 불리는 이 물건에는 그림도 없고, 금박도 없으며, 글자조차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냥 하얀 흙덩이를 둥글게 빚어 유약을 발라 구운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61억입니다.왜일까요? 그 답을 이해하려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왜 하필 흰색을 선택했는지부터 물어야 합니다.1. 고려청자 다음에 왜 '흰 그릇'인가 — 성리학이 바꾼 미의 기준고려는 청자의 나라였습니다.. 2026. 7. 16.
[편의점 서가] 베르톨리 —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숨은 세 개의 국적 [편의점 서가] 베르톨리 — 이탈리아 이름, 스페인 기름, 일본 상표권: 한 병 안에 숨은 세 개의 국적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편의점 올리브유 코너 앞에 서서 라벨을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BERTOLLI. 짙은 초록색 병, 이탈리아풍 서체,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라벨 디자인.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병을 보는 순간 자동으로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지중해의 태양, 올리브 농장, 이탈리아 할머니의 부엌. 브랜드가 의도한 연상 경로가 그대로 작동하는 순간입니다.그런데 그 병 안의 기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 기름을 만든 회사는 어느 나라 기업일까요. 그리고 'BERTOLLI'라는 이름을 법적으로 소유한 곳은 어디일까요. 세 질문의 답이 모두 다릅니다. 오늘 이안 박은 베르톨리라는 이름 안에 겹겹이 .. 2026. 7. 16.
[단어의 서재 16편] Clue — 실타래 하나가 미궁에서 살아 돌아온 방법 [단어의 서재 16편] Clue — 실타래 하나가 미궁에서 살아 돌아온 방법 들어가며 — 당신은 지금도 실타래를 들고 있다안녕하세요, 브랜드 헤리티지 연구자 이안 박입니다.형사가 범인을 추적합니다. 탐정이 사건을 분석합니다. 과학자가 가설을 검증합니다. 의사가 증상을 해석합니다. 이 모든 행위를 우리는 하나의 단어로 묶습니다. 단서를 찾는다(follow the clue). 그런데 clue, 즉 단서(端緖)라는 단어가 원래 '실타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리스 신화에서 미궁(迷宮) 속 괴물을 죽이고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 손에 쥐었던 바로 그 실타래. 약 3,000년 전 크레타 섬의 어두운 미로에서 풀린 실 한 가닥이, 오늘날 우리가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행위를 묘사하는 언어가 .. 2026. 7. 15.
[브랜드의 방 2편] Savoy — 오페라 극장의 수익금이 만든 호텔, 그리고 세자르 리츠가 떠난 날 [브랜드의 방 2편] Savoy — 오페라 극장의 수익금이 만든 호텔, 그리고 세자르 리츠가 떠난 날prologue — 1편의 뒷이야기브랜드의 방 1편에서 세자르 리츠를 소개했습니다. 스위스 산골 출신의 막내아들이 파리 방돔 광장에 호텔을 열고, 자신의 이름을 형용사로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 빠진 챕터가 있었습니다. 리츠가 파리에 자기 호텔을 열기 전, 런던에서 자리를 떠나야 했던 날의 이야기입니다.1898년 3월, 런던 스트랜드(Strand) 가에 있는 사보이호텔(The Savoy)에서 세자르 리츠와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각각 호텔 측과의 공직 관계를 정리하게 됩니다. 공식 기록에는 두 사람이 "중대한 과실과 직무 위반(gross negligence and breach of duty).. 2026. 7. 13.
[단어의 서재 15편] Villain(빌런) — 성 밖 농민이 어떻게 악당이 됐는가: 언어가 기록한 계급의 시선 [단어의 서재 15편] Villain(빌런) — 성 밖 농민이 어떻게 악당이 됐는가: 언어가 기록한 계급의 시선 들어가며 — 악당은 원래 농부였다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영화 속 빌런(villain)은 대개 이렇게 생겼습니다. 검은 옷, 냉혹한 눈빛,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 그런데 이 단어의 원래 뜻은 이것과 정반대입니다. 농부. 더 정확히는, 중세 유럽 봉건제 안에서 성주의 땅에 묶여 사는 **농노(serf)**였습니다. Villain이 농부에서 악당이 되는 500년의 여행 — 이것은 단어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누가 언어를 쓰고 누가 언어를 뺏기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1. Villa, Villanus — 성에서 본 세계라틴어 villa는 큰 .. 2026. 7. 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