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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서재 26편] 陛下·殿下·閣下 — "아래 下" 하나로 위계를 만든 언어, 궁궐 건축이 호칭이 된 날(폐하·전하·각하)_대군자가 [단어의 서재 26편] 陛下·殿下·閣下 — "아래 下" 하나로 위계를 만든 언어, 궁궐 건축이 호칭이 된 날(폐하·전하·각하)_대군자가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드라마 속 조선 궁궐 장면을 보다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주상 전하께 아뢰옵니다." "저하, 소신이 잘못했사옵니다." "각하를 뵙자 하오." 그런데 이상합니다. 모두 높이는 말인데, 왜 "아래(下)"로 끝날까요. 폐하, 전하, 저하, 합하, 각하. 다섯 글자 모두 마지막이 下입니다. 높이는 말인데 왜 하나같이 "아래"를 씁니까. 이 질문 하나에서 오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궁궐 건축, 동아시아 예법 철학, 1897년 대한제국의 국격 선언, 근현대 정치, 그리고 영어의 "Your Majesty"까지 뻗어 있습니다. 下.. 2026. 8. 4.
[브랜드 아카이브] 모리스 창(張忠謀) — 56세에 산업 질서를 다시 쓴 사람 [브랜드 아카이브] 모리스 창(張忠謀) — 56세에 산업 질서를 다시 쓴 사람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브랜드 아카이브의 서랍 하나를 열어봅니다. 브랜드 아카이브를 쓰다 보면, 가끔 인물 자체가 브랜드인 경우를 만납니다. 코코 샤넬이 샤넬 자체였고, 소티리오 불가리가 BVLGARI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인물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앞세우지 않았지만, 하나의 산업 구조 자체를 새로 설계했습니다. 그 이름은 모리스 창(Morris Chang, 張忠謀). TSMC의 창업자입니다. 그리고 1987년, 그는 56세에 TSMC를 세웠습니다.1장 — 1931년 닝보, 전쟁이 기른 아이모리스 창의 원래 이름은 **장중머우(張忠謀)**입니다. 1931년 7월 10일, 중국 저장.. 2026. 8. 3.
[단어의 서재 25편] Chop Suey(찹수이) — "잡쇄"가 바다를 건넌 날, 누구도 원본을 기억하지 못했다 [단어의 서재 25편] Chop Suey(찹수이) — "잡쇄"가 바다를 건넌 날, 누구도 원본을 기억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단어의 서재에서 꺼내는 단어는 Chop Suey(찹수이)입니다. 미국인에게 물으면 "중국 음식"이라 말합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오늘날 미국식 찹수이와 같은 모습으로 널리 소비되지 않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찹수이. 이 단어는 음식이기 이전에 논쟁입니다.1. 雜碎 — 한자로 들여다보는 이름한자부터 읽어봅니다. 雜碎(잡쇄). 雜(잡)은 "여러 가지가 섞이다", 碎(쇄)는 "잘게 부수다"는 뜻입니다. 합하면 "이것저것 잘게 부순 것", 즉 뒤섞인 자투리 재료를 가리키는 폭넓은 표현이 됩니다. 영어 발음 Chop Su.. 2026. 8. 3.
[편의점 서가] 제너럴 쏘 치킨 — 장군의 이름이 미국에서 가장 달콤한 요리가 되기까지 [편의점 서가] 제너럴 쏘 치킨 — 장군의 이름이 미국에서 가장 달콤한 요리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냉동식품 코너 쪽으로 걸어가 봅니다. 냉동 코너에 한 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붉은 소스가 번들거리는 튀긴 닭 조각. 라벨에는 General Tso's Chicke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 중화요리 레스토랑의 절대 베스트셀러. 중국 본토에 가면 찾기 어려운 음식. 장군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정작 그 요리는 청나라의 후난 음식보다 훨씬 달고 진한 미국식으로 재구성된 결과물입니다. 이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나면, 이것이 단순한 요리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름이 역사를 덮고, 신화가 원본을 압도하고, 마케팅이 기억을.. 2026. 8. 3.
[단어의 서재 24편] Wafer — 얇은 과자 한 장이 성찬식과 반도체를 동시에 품게 된 사연 [단어의 서재 24편] Wafer — 얇은 과자 한 장이 성찬식과 반도체를 동시에 품게 된 사연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단어 하나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성당의 제단 위에도, 봉투를 봉하던 옛 책상 위에도, 그리고 지금 여러분의 스마트폰 안에도 같은 이름의 물건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웨이퍼(Wafer)입니다. 같은 시기 오십보의 반도체 경제학 시리즈에서 실리콘 웨이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뤘습니다만, 저는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얇은 과자 하나가 어떻게 성찬식 빵을 거쳐 반도체 기판까지 흘러갔을까요.벌집에서 시작된 이름Wafer의 뿌리는 벌집입니다. 중세 네덜란드어 wafel, 저지 독일어 wāfel은 모두 '벌집(honeycomb)'을 뜻하는 게르만 조어 *.. 2026. 8. 2.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편의점 서가] 크리스코(Crisco) — 라드를 죽이고, 트랜스지방으로 되살아나고, 다시 한 번 죽은 브랜드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는 물건을 꺼내봅니다. 편의점 기름 코너의 맨 끝. 아무도 잘 보지 않는 그 자리에 종종 놓인, 흰색의 두꺼운 반고체. 쇼트닝이라고 불리는 그 물질. 이름을 보면 Crisco(크리스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주방에서 이 이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라드를 밀어내고, 트랜스지방 논쟁의 중심에 서고, 두 번 다시 그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제조사가 바뀐 브랜드입니다. 그 이야기는 면화 씨앗에서 시작됩니다.1장 — 목화씨의 골칫거리, 그리고 어느 화학자의 발견19세기 미국 남부의 면화 농가에는 매.. 2026.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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