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자주 뉴스가 되며, 가장 작은 글씨로 가장 긴 역사를 숨기고 있는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바로 소주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초록색 병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그 옆 상온 선반에는 도자기 병이나 갈색 유리병에 담긴 낯선 이름들이 서 있습니다. 화요, 안동소주, 감홍로. 같은 선반을 나눠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줄은 전혀 다른 술입니다. 하나는 1965년에 태어났고, 하나는 13세기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소주 한 병에서 몽골 제국의 증류 기술, 박정희 시대의 양곡관리 정책,..
2026. 7. 7.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가 눈앞에 걸렸습니다. Panic. "패닉에 빠졌다", "패닉 바잉", "패닉셀", "공황장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 단어를 씁니다. 경제면에도 있고, 정신과 진단명에도 있고, SNS 댓글에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신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Pan이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진, 숲속에서 혼자 피리를 불던 그 신. 그가 비명을 지를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이유도 모른 채 도망쳤습니다. 그 공포가 Panic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의 이름 Pan은 동시에 **"모든 것(all..
2026. 7. 7.
[편의점 서가] 활명수 — 生命을 살리는 물, 129년이 담긴 60ml 유리병
[편의점 서가] 활명수 — 生命을 살리는 물, 129년이 담긴 60ml 유리병 들어가며안녕하세요, 브랜드 헤리티지 연구자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조그맣고,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손바닥만 한 유리병, 부채 그림 하나, 그리고 活命水라는 세 글자입니다. 활(活), 명(命), 수(水). 생명을 살리는 물. 이름 하나가 이렇게 직접적인 제품이 또 있을까요. 1897년 조선에서 탄생한 이 소화제는 아스피린과 동갑입니다. 지금까지 약 90억 병이 팔렸습니다. 한국 최초의 등록 상표, 한국 최초의 등록 상품, 한국 최초의 근대 의약품. 그리고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사실 하나 — 이 작은 병 안에 독립운동의 역사가 녹..
2026.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