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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서재 12편] Tragedy(트래지디) — 염소의 노래가 어떻게 인류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술 형식이 됐는가 [단어의 서재 12편] Tragedy(트래지디) — 염소의 노래가 어떻게 인류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술 형식이 됐는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가 귀에 걸렸습니다. Tragedy. 비극(悲劇). 슬플 비(悲), 연극 극(劇). 한자로 쓰면 "슬픈 연극"이지만, 영어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염소 한 마리. 그리고 노래 한 곡. Tragedy는 그리스어 tragos(τράγος, 수컷 염소)와 ōdē(ᾠδή, 노래)의 합성어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어원입니다. 직역하면 **"염소의 노래"**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것은 비극이었다"고 말할 때, 그 단어 안에는 2,500년 전 아테네 광장에서 디오니소스 신을 위해 노래하던 합창단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왜 염소였을.. 2026. 7. 9.
[브랜드의 방 1편] Ritz — 막내아들이 만든 단어, 그 이름이 형용사가 되기까지 [브랜드의 방 1편] Ritz — 막내아들이 만든 단어, 그 이름이 형용사가 되기까지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아카이브를 호텔 한 채 안으로 들고 들어가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파리 방돔 광장 15번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주소 중 하나입니다. Luxur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너무 자주 씁니다. 럭셔리 브랜드, 럭셔리 호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그런데 이 단어의 원래 뜻은 "빛나는 것"도 "우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라틴어 luxus는 과잉이었고, luxuria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방탕과 탐닉에 가까운 단어였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의미로 완전히 탈바꿈한 데에는, 스위스 산골 농부의 막내아들 한 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세자르 리츠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2026. 7. 8.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편의점 서가] 소주 — 몽골의 증류기가 빚어낸 750년, 그 병 안에 담긴 세 개의 역사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자주 뉴스가 되며, 가장 작은 글씨로 가장 긴 역사를 숨기고 있는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바로 소주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초록색 병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그 옆 상온 선반에는 도자기 병이나 갈색 유리병에 담긴 낯선 이름들이 서 있습니다. 화요, 안동소주, 감홍로. 같은 선반을 나눠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줄은 전혀 다른 술입니다. 하나는 1965년에 태어났고, 하나는 13세기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소주 한 병에서 몽골 제국의 증류 기술, 박정희 시대의 양곡관리 정책,.. 2026. 7. 7.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가 눈앞에 걸렸습니다. Panic. "패닉에 빠졌다", "패닉 바잉", "패닉셀", "공황장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 단어를 씁니다. 경제면에도 있고, 정신과 진단명에도 있고, SNS 댓글에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신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Pan이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진, 숲속에서 혼자 피리를 불던 그 신. 그가 비명을 지를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이유도 모른 채 도망쳤습니다. 그 공포가 Panic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의 이름 Pan은 동시에 **"모든 것(all.. 2026. 7. 7.
[브랜드 아카이브] 보라색 — 달팽이 한 마리에서 시작된 3,000년의 권력 언어, 그리고 오늘의 브랜드 컬러 전략 [브랜드 아카이브] 보라색 — 달팽이 한 마리에서 시작된 3,000년의 권력 언어, 그리고 오늘의 브랜드 컬러 전략 들어가며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아카이브를 하나의 색깔 안으로 열어보려 합니다. 티파니의 파란 상자를 받아든 순간의 그 기분.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가 테이블 위에 놓였을 때 방의 공기가 달라지는 그 감각. 색깔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원리가 오늘 마케팅 에이전시 회의실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아십니까. 3,000년 전, 지중해 해안의 바위틈에 달팽이 한 종이 살았습니다. 그 달팽이의 점액선에서 짜낸 분비물이 공기와 햇빛을 만나면 황록색을 거쳐 서서히 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이 색이 로마 황제의 토가를 물들이고, 비잔틴 황실 태실의 벽.. 2026. 7. 6.
[편의점 서가] 활명수 — 生命을 살리는 물, 129년이 담긴 60ml 유리병 [편의점 서가] 활명수 — 生命을 살리는 물, 129년이 담긴 60ml 유리병 들어가며안녕하세요, 브랜드 헤리티지 연구자 이안 박입니다. 오늘은 편의점 서가에서 가장 조그맣고,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물건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려 합니다. 손바닥만 한 유리병, 부채 그림 하나, 그리고 活命水라는 세 글자입니다. 활(活), 명(命), 수(水). 생명을 살리는 물. 이름 하나가 이렇게 직접적인 제품이 또 있을까요. 1897년 조선에서 탄생한 이 소화제는 아스피린과 동갑입니다. 지금까지 약 90억 병이 팔렸습니다. 한국 최초의 등록 상표, 한국 최초의 등록 상품, 한국 최초의 근대 의약품. 그리고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사실 하나 — 이 작은 병 안에 독립운동의 역사가 녹.. 202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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