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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서재33

[단어의 서재 15편] Villain(빌런) — 성 밖 농민이 어떻게 악당이 됐는가: 언어가 기록한 계급의 시선 [단어의 서재 15편] Villain(빌런) — 성 밖 농민이 어떻게 악당이 됐는가: 언어가 기록한 계급의 시선 들어가며 — 악당은 원래 농부였다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영화 속 빌런(villain)은 대개 이렇게 생겼습니다. 검은 옷, 냉혹한 눈빛,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 그런데 이 단어의 원래 뜻은 이것과 정반대입니다. 농부. 더 정확히는, 중세 유럽 봉건제 안에서 성주의 땅에 묶여 사는 **농노(serf)**였습니다. Villain이 농부에서 악당이 되는 500년의 여행 — 이것은 단어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누가 언어를 쓰고 누가 언어를 뺏기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1. Villa, Villanus — 성에서 본 세계라틴어 villa는 큰 .. 2026. 7. 13.
[단어의 서재 14편] Sandwich(샌드위치) — 모래 위의 마을에서 도박꾼 백작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음식이 되기까지 [단어의 서재 14편] Sandwich(샌드위치) — 모래 위의 마을에서 도박꾼 백작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음식이 되기까지 들어가며 — 이름이 세 번 바뀐 단어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샌드위치(Sandwich)*라는 단어는 세 번의 생을 살았습니다. 첫 번째 생은 영국 켄트 주의 작은 해안 마을 이름이었습니다. 두 번째 생은 그 마을 이름을 작위로 가진 도박꾼 백작의 식습관이었습니다. 세 번째 생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 — 빵 두 장 사이에 무언가를 끼운 음식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에는 하와이가 숨어 있습니다. 도박꾼의 이름이 어떻게 태평양 한가운데 섬 이름이 됐는지, 그리고 그 이름이 어떻게 지워졌는지. 오늘 단어의 서재에서는 그 이름의 여행을 따라갑니다.1. Sand .. 2026. 7. 12.
[단어의 서재 13편] Dollar(달러) — 보헤미아 골짜기의 은이 세상의 척도가 되기까지 [단어의 서재 13편] Dollar(달러) — 보헤미아 골짜기의 은이 세상의 척도가 되기까지 들어가며 — 이름이 은광에서 왔다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달러(Dollar). 전 세계 190개국이 환율을 표시할 때 기준으로 삼는 단어입니다. 세계 외환 거래의 약 88%가 달러를 한 축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출발점은 워싱턴 D.C.도, 월스트리트도 아닙니다. 체코 북서부의 좁은 산골짜기, 지금의 지명으로는 야히모프(Jáchymov), 독일어로는 요아힘스탈(Joachimsthal) — 요아힘의 골짜기입니다. 오십보에서는 1785년 달러가 공식 통화가 된 날과, 브레턴우즈·페트로달러로 이어지는 기축통화의 경제학을 다뤘습니다. 오늘 단어의 서재는 그 이전의 이야기를 합니다. 달러라는 단어가 어디서 왔.. 2026. 7. 10.
[단어의 서재 12편] Tragedy(트래지디) — 염소의 노래가 어떻게 인류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술 형식이 됐는가 [단어의 서재 12편] Tragedy(트래지디) — 염소의 노래가 어떻게 인류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술 형식이 됐는가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가 귀에 걸렸습니다. Tragedy. 비극(悲劇). 슬플 비(悲), 연극 극(劇). 한자로 쓰면 "슬픈 연극"이지만, 영어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염소 한 마리. 그리고 노래 한 곡. Tragedy는 그리스어 tragos(τράγος, 수컷 염소)와 ōdē(ᾠδή, 노래)의 합성어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어원입니다. 직역하면 **"염소의 노래"**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것은 비극이었다"고 말할 때, 그 단어 안에는 2,500년 전 아테네 광장에서 디오니소스 신을 위해 노래하던 합창단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왜 염소였을.. 2026. 7. 9.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단어의 서재 11편] Panic(패닉) — 목동의 신이 지른 비명,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공포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오늘 이 단어가 눈앞에 걸렸습니다. Panic. "패닉에 빠졌다", "패닉 바잉", "패닉셀", "공황장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 단어를 씁니다. 경제면에도 있고, 정신과 진단명에도 있고, SNS 댓글에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신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Pan이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진, 숲속에서 혼자 피리를 불던 그 신. 그가 비명을 지를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이유도 모른 채 도망쳤습니다. 그 공포가 Panic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의 이름 Pan은 동시에 **"모든 것(all.. 2026. 7. 7.
[단어의 서재 10편] Pharmacy(파머시) — 독이자 약이었던 단어, 소다파운틴이 된 약국 [단어의 서재 10편] Pharmacy(파머시) — 독이자 약이었던 단어, 소다파운틴이 된 약국 안녕하세요, 이안 박입니다. 초록 십자가 간판 아래 들어서는 약국. 우리는 그 공간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깁니다. 병이 나면 가는 곳, 약을 사는 곳, 처방전을 내미는 곳. 그런데 그 '당연한 공간'의 이름에는, 인류가 수천 년간 품어온 가장 오래된 질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약인가, 독인가?그리스어 **pharmakon(파르마콘)**은 바로 그 질문 자체입니다. 단 하나의 단어가 '치료'와 '독살'을 동시에 의미했던 언어의 세계에서, 오늘날 전 세계 수만 개의 Walgreens·CVS·마츠모토키요시·초록십자 간판이 자라났습니다.1. 독이면서 약 — pharmakon의 이중성Pharmacy의 뿌리는 고대.. 202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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